겨울이 되며 벗겨놓았던 비닐하우스의 비닐을 다시 쳐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아버지께서 계실 때처럼 관리가 잘 안되다보니
하우스 안의 한라봉이 예전처럼 풍성하게 열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단 비닐하우스의 크기를 반으로 줄여 내실을,
사실은 관리를 수월하게 하려고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가을 가지를 잘 못 잘라 의도하지 않게 분재 형태가 되었습니다.
위의 큰 가지가 많이 말라 죽었습니다.
지면에는 고구마 줄기가 서리맞아 사그라들었습니다.
예전부터 그냥 자라나던 그 물고구마로 생각되었습니다.
잡초대신 자라면 잡초보단 차라리 낫겠다는 아음에 건드려지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건드리지 않고, 잡초인듯 무심히, 작업만 계속 했습니다.
하우스가 반으로 잘리는 자리의, 분재가 되어버린 키작은 한라봉을 캐내어 옮기려 하는데
한라봉 뿌리 사이로 오늘의 주인공이 얼굴을 드러냅니다.
설마 하는데, 예사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한개가 아이었습니다.
한군데가 아니었습니다.
나무 밑이건 예전의 좁은 통로건.......
그 때 어머니가 오셨습니다.
어머니도 희안하다 하시며 호미를 찾아오셨습니다.
저는 하우스 파이프 자르기 작업,
어머니는 고구마 캐기.......
고구마가 나오는 모습이 마치 보물찾기 같았습니다. 아님 방사한 닭이 숨겨놓은 알 찾기.
고구마 이랑은 아예 없고
평평한 땅 아니면 나무뿌리 사이였으니까요.
크기도 좋습니다.
색깔도 좋습니다.
어머니는 일부러 고구마 농사 짓는 것보다 잘 나온다고 연이어 큰소리로 웃으십니다.
참 오랫만의 크고 길게, 캐시는 동안 내내 연이어 웃으시는 모습입니다.
맛은 며칠 후 보자고 하십니다.
물기가 좀 날라가야 맛있다고 하십니다.
하우스를 반으로 나누고
한라봉 분재 하나 얻었습니다.
즐거운 기억도 하나 얻었습니다.